미국 정복/동부 정복 후기

[미국 뉴욕 여행] 눈물과 추모의 공간, 911 테러 현장 '그라운드 제로' 방문기 (feat. 현지인의 생생한 증언)

캐끌지정 2023. 6.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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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도보 여행의 첫 시작점으로, 911 테러의 비극이 서려 있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찾았습니다.

과거 웅장했던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는 거대한 두 개의 풀(Pool)만 남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만난 현지 택시 기사로부터 듣게 된 그날의 생생하고 가슴 아픈 증언과 함께, 테러 이후 완전히 새롭게 재건된 주변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그리고 어마어마한 월세를 자랑하는 뉴욕 부동산의 씁쓸한 현실까지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 조성된 추모의 공간, 그라운드 제로(911 메모리얼 파크)

 

안녕하세요, 여행 블로거 캐끌지정입니다.

 

어젯밤, 14시간의 고된 비행 끝에 미국 뉴욕 뉴어크 공항에 도착해 근처 페어필드 인 공항 호텔에서 하룻밤을 푹 쉬었습니다. (가성비 좋은 뉴어크 공항 호텔 후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이전 글] 가성비 뉴어크 공항 호텔, 페어필드 인 앤 스위트 후기

밤늦게 도착해 맨해튼으로 바로 넘어가기 부담스러울 때 딱 좋은 숙소

conquest-earth.tistory.com

 

비행기 안에서 기절하듯 잔 덕분에 피로는 좀 가셨지만, 아직 미국 시차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저희 가족은 다 같이 새벽 4시에 눈을 번쩍 뜨고 멀뚱멀뚱 허공을 응시해야만 했죠. 일찍 일어난 김에 든든하게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드디어 꿈에 그리던 맨해튼(Manhattan) 도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1. 쌍둥이 빌딩의 텅 빈 흔적,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저희 가족이 맨해튼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현대사에 가장 뼈아픈 상처로 남아 있는 9.11 테러의 현장,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입니다.

 

 

911 메모리얼 파크 - 노스 타워 풀 (구글 지도)

★★★★★ · 영원히 마르지 않는 추모의 눈물이 흐르는 곳

www.google.com

 

과거 뉴욕 경제의 중심이자 마천루의 상징이었던 두 동의 거대한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 두 대의 납치된 민항기가 차례로 충돌하며 무너져 내린 바로 그 자리에는, 이제 건물을 다시 세우지 않고 건물 기초 모양 그대로 파인 거대한 두 개의 사각형 인공 폭포(풀)만 남아있습니다.

 

북쪽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노스 타워 풀)
남쪽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사우스 타워 풀)

 

가장자리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풀 중앙의 또 다른 깊은 구멍 속으로 쉴 새 없이 빨려 들어갑니다. 마치 희생자들의 끝없는 눈물과 슬픔을 상징하는 듯해,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릿해집니다.

 

테러범들은 도대체 어떻게 민간 항공기를 통째로 납치해 빌딩에 충돌시킬 끔찍한 생각을 했을까요?

저 역시 2001년 9월 11일 그날 밤, TV 생중계 화면을 통해 두 번째 비행기가 남쪽 타워에 부딪히고 건물 전체가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느꼈던 엄청난 충격과 공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시는 인류 역사상 벌어져서는 안 될 비극입니다.

 

희생자의 생일이면 이름 위에 흰 장미 한 송이가 꽂힙니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그날의 아픔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풀을 둘러싸고 있는 청동 테두리에는 그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약 3,000여 명의 희생자 이름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름의 틈새로 꽂혀 있는 추모의 꽃송이들을 보니, 비록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온 여행길이었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차마 가벼운 웃음이나 장난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 우연히 만난 현지 택시 기사의 뼈아픈 증언

 

숙소에서 맨해튼으로 이동하기 위해 호출했던 공유 택시(Lyft) 기사님, '오스발도(Osvaldo)' 씨와의 대화는 이번 방문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기사님은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내 친구가 거기에 갔었다"며 반갑게 옛날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지며 저희가 그라운드 제로로 간다고 하니, 기사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오스발도 씨는 9.11 테러 당시 무너져 내리는 쌍둥이 빌딩 바로 근처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이자 목격자'였습니다.

 

심지어 그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3일 전까지 본인도 쌍둥이 빌딩 안에서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당시 쌍둥이 빌딩 꼭대기인 99층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하던 절친한 동료 3명이 비행기 충돌 후 끝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담담한 고백이었습니다.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흘렀지만, 운전대를 잡고 그날을 회상하는 오스발도 씨의 눈가에는 짙은 트라우마와 함께 눈물이 어렴풋이 고이는 듯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던 비극이, 누군가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현실이자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깊은 슬픔이라는 것을 새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폐허 위에 우뚝 선 '원월드', 그리고 뉴욕의 스카이라인

 

오스발도 씨는 차창 밖을 가리키며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낡은 갈색 건물 외에는 모두 9.11 이후 새로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이 주변의 높고 화려한 빌딩들 중, 저기 화살표로 가리킨 오래된 건물 딱 하나만 빼고는 9.11 테러 이후에 전부 다 부수고 새로 지은 새 건물들입니다."

 

당시 빌딩이 붕괴될 때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와 콘크리트 먼지 기둥으로 인해, 주변 일대의 상가와 아파트들까지 쑥대밭이 되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죠. 그 말을 듣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거리가 유독 현대적이고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라운드 제로 바로 옆에 우뚝 솟은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정면)

 

그리고 그 상처의 한가운데, 과거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 바로 옆에는 꼭대기에 뾰족한 안테나를 단 거대한 마천루가 하나 우뚝 솟아 있습니다.

바로 무너진 무역센터의 역할을 이어받은 새로운 뉴욕의 상징,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입니다. 절망의 폐허(Ground Zero) 위에서도 굴하지 않고 더 높고 웅장한 건물을 세워 올린 미국인들의 강인한 재건 의지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4. 슬픔을 덮어버린 자본주의, 월세 1억의 씁쓸한 아이러니

 

택시 기사님은 뉴욕의 부동산 이야기도 슬쩍 덧붙이셨습니다.

 

과거 뉴욕 경제의 중심이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거대한 무덤(?)과도 같은 이곳.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테러 이후 주변 일대가 완전히 새롭게 재건축되면서, 오히려 지금은 맨해튼 내에서도 최고급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인프라가 워낙 좋고 교통의 요지가 되다 보니, 현재 이 그라운드 제로 주변 아파트들의 한 달 월세(Rent)가 무려 8,000달러(한화 약 1,100만 원)를 훌쩍 넘어간다고 하네요.

 

1년 연세로 따지면 무려 1억 3천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수많은 영혼이 잠든 추모의 공간 바로 옆이, 억 소리 나는 최고의 부촌이 되어버린 뉴욕 자본주의의 냉정하고도 씁쓸한 아이러니를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매매가(집값)가 얼마인지는 감히 상상도 안 가지만, 수익률만 놓고 보면 투자가치는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혹시 뉴욕 맨해튼에 투자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

 


5. 911 박물관 관람 팁

 

그라운드 제로 풀 바로 옆에는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911 메모리얼 뮤지엄(기념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일정상 내부까지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만약 뉴욕 패스(New York Pass)나 타임스퀘어 패스 같은 통합 입장권을 끊으셨다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아직 9.11 테러의 충격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어린 자녀 세대라면 박물관 관람이 훌륭한 역사 교육이 될 것입니다. 방문 전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9.11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미리 한 편 보고 가신다면 현장에서 느끼는 깊이가 완전히 다를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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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끌지정의 한 줄 요약
뉴욕 맨해튼 여행의 첫 코스로 들른 '그라운드 제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 남겨진 슬픔과 웅장하게 재건된 '원월드'의 위용, 그리고 월세 1억 원이 넘는 자본주의의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가슴 먹먹하고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역사적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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