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행 블로거 캐끌지정입니다.
작년 2022년 8월, 혈기 왕성한 아들들과 조카를 포함한 5인 대가족이 렌터카 한 대에 몸을 싣고 미 서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 가슴이 뻥 뚫리는 넓은 대자연과 파노라마 뷰를 사랑하는 저에게 미국 국립공원 투어는 매 순간이 감동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할 아찔하고도 귀여운 추억 하나를 꺼내보려 합니다.
바로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한복판에서 진짜 야생 곰과 마주친 사건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국립공원 1순위로 꼽히는 요세미티는 맑은 공기와 빙하가 깎아낸 거대한 화강암 절벽들이 압도적인 곳입니다.

1. 자연과 동화되는 숙소, 요세미티 커리 빌리지
저희 가족의 12일 남짓한 렌터카 여행 일정 중, 요세미티 방문은 셋째 날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요세미티 밸리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아름다운 티오가 로드(Tioga Road)를 넘어 데스밸리와 라스베이거스까지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죠.
대자연의 정기를 하루라도 더 깊게 느끼고자 공원 내에 위치한 텐트형 숙박시설인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를 예약했습니다.
(치열한 예약 경쟁을 뚫고 8월 성수기에 커리 빌리지를 예약한 꿀팁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요세미티 국립공원 8월 성수기 커리 빌리지 숙소 예약 성공 후기
경쟁 치열한 요세미티 밸리 캠핑장 예약 팁
conquest-earth.tistory.com
커리 빌리지에 체크인을 할 때, 직원이 무서울 정도로 신신당부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차량이나 텐트 안에 절대로 음식물이나 냄새나는 화장품을 두지 마세요!"
텐트 앞마다 놓여 있는 두꺼운 국방색 철제 박스(Bear Box)에 모든 짐을 넣고 무거운 자물쇠를 채워야 합니다. 안 그러면 후각이 예민한 곰들이 차 유리를 깨거나 텐트를 찢고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살짝 쫄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곰이 나오긴 하는 걸까?' 내심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 가성비 최고 텐트 숙소 '커리 빌리지' 투숙기
대자연을 병풍 삼아 즐기는 완벽한 캠핑의 밤
conquest-earth.tistory.com

2. 막내아들과 함께 야생 곰 수색 작전!
첫날 텐트를 배정받고 숲을 돌아다녔지만, 기대했던(?) 야생 곰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다람쥐와 새들은 발에 챌 정도로 많았지만요.
곰이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이 이렇게 바글바글한 대낮에 나올 리가 만무하죠.
그래서 다음 날 새벽, 동이 트자마자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막내아들 녀석을 살살 꼬셨습니다.
"아빠랑 곰 찾으러 탐험 갈까?"
혹시나 진짜로 맞닥뜨리면 방어해야 하니 손에 튼튼한 나무 막대기 하나씩을 쥐고 비장하게 텐트 주변 산책로를 한 시간가량 돌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맑은 공기와 상쾌한 새소리만 울려 퍼질 뿐, 곰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 어제 직원 아저씨 말이 그냥 겁주려고 한 거였네. 가서 잠이나 더 자자!"
라스베이거스까지 장장 8시간의 렌터카 운전을 앞두고 있어 체력을 보충해야 했기에, 터덜터덜 텐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우리 텐트 근처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헉!!!

믿을 수 없게도, 텐트촌 한복판을 어슬렁거리는 검은 곰 한 마리가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3. 사과나무에 올라간 아메리카 흑곰 (꿀잼 관전)
덩치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지만, 막상 눈앞에 거무튀튀한 야생 곰이 나타나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막내아들의 손을 꽉 쥐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이 우리 쪽으로 돌진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이 녀석, 어제 봤던 다람쥐들처럼 사람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조심스레 거리를 두고 뒤를 밟아보았더니...

엥? 주차장 구석에 있는 사과나무 위로 휙 하고 올라가더니 아주 여유롭게 사과를 따먹기 시작합니다!
💡 요세미티 야생 곰 비하인드 스토리
요세미티에 사는 곰들은 무시무시한 그리즐리 베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순한 '아메리칸 블랙베어(American Black Bear)'입니다. 과거 1860년대에 초기 개척자인 제임스 라몬(James Lamon)이 커리 빌리지 근처에 사과나무 과수원을 조성했는데, 늦여름만 되면 이 달콤한 사과 냄새를 맡고 블랙베어들이 수시로 산에서 내려온다고 합니다.
참고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립공원 측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쓰레기장에 곰을 모아놓고 밥을 주는 어처구니없는 쇼를 벌였다고 하네요. 지금은 곰의 야생성을 지키고 인간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철제 베어 박스(Bear Box) 사용을 강력하게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어찌나 잘 타는지, 곰을 만났을 때 절대 나무 위로 도망가지 말라는 생존 수칙이 단번에 이해가 갔습니다. 나무껍질을 꽉 움켜쥐는 날카롭고 긴 발톱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그런데 참 희한한 광경이었습니다. 사과가 입맛에 안 맞는지, 아니면 나무에 널린 게 사과라 배가 불렀는지 한 입 툭 베어 먹고는 바닥으로 쿨하게 던져버립니다. 먹는 사과보다 버리는 사과가 훨씬 많았습니다.


4. 독일 아주머니의 빵을 훔쳐 달아난 대도(?) 곰돌이
나무에서 스르륵 내려온 녀석은 다시 텐트촌 사이사이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목표물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독일인 아주머니가 텐트 밖에 잠시 깜빡하고 올려둔 식빵 한 조각을 잽싸게 입에 물고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깊은 숲 속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그 앙증맞은 도둑질을 마지막으로 녀석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죠. ^^
처음 조우했을 땐 등골이 오싹했지만, 마지막에 빵을 물고 달아나는 뒷모습을 보니 어찌나 귀엽고 짠하던지.
다행히 커리 빌리지 내에서 곰의 공격으로 사람이 크게 다친 적은 없다고 합니다. 공원 측의 엄격한 음식물 통제 정책 덕분에 곰들도 사람을 해치지 않고 이렇게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 것이겠죠.
새벽녘의 맑은 공기 속에서 야생 곰과 마주친 이 짜릿한 경험은 저희 5인 가족의 미국 서부 여행 중 단연 잊지 못할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일정상 서둘러 떠나야 해서 너무 아쉬웠지만, 이 멋진 대자연 속으로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해 봅니다.

💡 캐끌지정의 한 줄 요약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커리 빌리지'에서 숙박하신다면 이른 아침 텐트촌 주변을 산책해 보세요! 운이 좋으면 사과나무에 오르거나 방심하고 놔둔 빵을 훔쳐 달아나는 귀엽고 신기한 야생 아메리칸 흑곰을 직접 마주하는 짜릿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음식물 베어 박스 보관은 필수!)
아래 글도 읽어보세요
-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벨리 후기(Yosemite Valley)
- 그랜드 캐니언 1박 2일 렌터카 일정(Grand Canyon, Circle)
- 그랜드 캐니언, 한 여름의 그랜드 서클 날씨(Grand Canyon, Grand Circle)
- 미국 동부 여행, 코펠과 가스버너로 라면 끓여 먹기
- 구글 타임라인 보기, 나의 과거 기록 찾아보기(Google Timeline)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에 한 클릭! 부탁드려요.
구독하기를 누르시면 새로운 지구정복 이야기를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정복 > 서부 정복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 서부 요세미티 국립공원] 숙소 예약 완벽 가이드 (커리 빌리지, 밸리 내 호텔 & 캠핑장) (0) | 2023.07.16 |
|---|---|
| [미국 서부 가족 여행] 8월 한여름의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 렌터카 코스 (마더 포인트, 그랜드뷰 포인트, 애뉴얼 패스 꿀팁) (0) | 2023.07.15 |
| [미국 렌터카 여행 필수 꿀팁] 코스트코 주유소 기름값 절약법 및 한국 회원카드 사용법 (0) | 2023.06.02 |
| 미국 여행,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대학교 옆의 실리콘 밸리 셀프 투어(Silicon Valley) (4) | 2023.05.17 |
| [샌프란시스코 가볼만한곳] 아이와 미국 서부 가족 여행, 스탠포드 대학교 주차 팁 및 캠퍼스 투어 (6) | 2023.05.16 |
| [미국 서부 여행] 8월 한여름 그랜드 캐니언 날씨의 반전! (홀스슈 밴드 폭염 & 앤텔롭 캐니언 취소 주의) (0) | 2023.05.15 |
| [미국 서부 여행] 렌터카로 떠나는 그랜드 서클 1박 2일 핵심 코스 (그랜드 캐니언, 홀스슈 밴드, 브라이스 캐니언) (0) | 2023.05.15 |
| [미국 서부 렌터카 여행] 요세미티 국립공원 핵심 코스: 티오가 로드, 성수기 예약 꿀팁 및 날씨 정보 (0) | 2023.05.14 |